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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기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한정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대만의 어느 업계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바이어 한 명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대만에 오기로 했는데, 7명의 공급업자들이 그 소문을 듣고 몰려들었다. 어떤 사람은 인맥을 동원하여 미리 미국에 전화를 하여 식사 약속을 마련하였고, 어떤 사람은 바이어가 묵는 호텔로 꽃이나 과일 등 선물을 보내기로 하였다. 공급업자들은 저마다 한 건의 계약 체결을 위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수단을 발휘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7명의 공급업자들은 모두 업무에 있어서 대단히 경험이 많은 영업의 고수였다. 그들은 교제의 수완을 대단히 잘 알고 있었으며, 좋은 인맥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이를 이용하여 거래를 따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예약은 매우 불가사의하게도 이 업계에서의 경력이 일천한 한 공급업자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계약을 따낸 공급업자의 젊은 직원은 도대체 어떻게 거래를 따낼 수 있었을까?


젊은 직원은 비록 사전에 바이어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각 공급업자들이 제시하는 상품의 질과 가격에는 별로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경쟁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지를 줄곧 궁리하였던 것이다. 그는 그 바이어가 미국을 출발, 유럽에서 전람회를 참관하고, 다시 터키와 홍콩을 방문한 다음, 최종적으로 대만에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급업자 한 사람이 이미 그 바이어를 공항으로 마중 나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젊은 직원은 그 공급업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물었다. “저는 바이어의 친구인데, 당신들이 공항까지 마중 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 공급업자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그의 물음에 대답하였다. “그럼요! 우리는 기사를 시켜 벤츠 한 대를 공항으로 보내 그를 영접하려고 합니다.”


이 얘길 듣고 젊은 직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바이어가 도착하는 날이 되었다. 바이어를 마중 나오기로 한 공급업자가 예상대로 벤츠 한 대를 공항에 대기시켜 놓고 바이어를 기다렸다. 그런데 바이어가 나타났을 때 공급업자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스러워졌다. 바이어가 20여 개의 커다란 짐을 끌고서 세관을 거쳐 걸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몇 개의 짐을 벤츠 승용차에 겨우 실은 공급업자는 여전히 수북히 쌓인 바이어의 짐들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데 이 때 옆에 정차해 있던 20인승 중형 버스에서 젊은 직원이 걸어내려 왔다. 그는 바이어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한 차에 오르도록 권유하였다. 바이어는 곁에서 눈만 멀뚤멀뚱 뜬 채 서 있는 다른 공급업자에게 “굿바이” 라고 한 마디 한 뒤 서둘러 중형버스에 올라타 버렸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길에, 그 젊은 직원은 자신의 회사와 상품을 소개하였고, 바이어는 넓고 편안한 버스에 앉아서 대단히 유쾌하게 그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 직원은, 식사를 하거나 꽃을 선물하는 다른 공급업자들과 달리, 바이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는 바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미국에서 출발하여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기에, 1~2개월 동안 입을 옷가지 이외에도, 틀림없이 대단히 많은 견본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계절의 상품을 개발하려 할 것이다. 그러니 벤츠 한 대 가지고 어떻게 그 많은 짐을 다 실을 수 있단 말인가?

 

과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젊은 직원은 바이어가 대만을 떠날 때 역시 중형버스로 그를 공항까지 배웅해 주었는데, 이때는 더 많은 짐을 싣고 갔다. 젊은 직원은 바이어의 곤란한 점을 해결하여 줌으로써 바이어에게 대단히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또한 공항을 왕복하는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회사를 자세히 소개할 수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하여, 한 건의 큰 계약은 그의 것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기존에 약속한 공급업자 입장에서는 세밀하게 고객을 배려하지 못함으로써 비즈니스 기회를 잃게 되 셈이며, 반면 신참인 공급업자는 약속한 공급업자의 작은 실수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이러한 사례는 위의 사례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장사가 잘되거나 브랜드가 있다고 해서 항상 고객의 세밀한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고객의 불만사항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점 기업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고객의 불편함들을 잘 활용한다면 후발 기업들은 틈새 시장까지는 아니라도 고객의 틈새 마음은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객의 불편함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항상 생각하려는 마음 자세가 있어야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위 사례에서 베테랑 공급업자는 자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며 어디까지나 기존에 하던 노하우를 사용하려고 했지, 정작 고객의 특수한 상황을 헤아리지는 않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이것은 실제로 1등이 되어 있는 기업이나 1등 세일즈맨, 혹은 명성 있는 컨설팅 기업에서도 많이 하는 실수이다.

대부분 성공한 기업들에게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인 매뉴얼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성공 메뉴얼에 따라 대부분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낸다. 그러나 이러한 메뉴얼은 효율성을 제공하고 또한 기업에게 있어 실수의 확률을 줄여주지만, 간혹 생길 수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특수한 상황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후발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By 손현준 (경영지식생산본부 마케팅 필진)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
2017-06-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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